연애 하수의 연애고찰
2026-09-06 00:06:54
연애를 잘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생각은 꽤 많이 해봤다. 최근에 하나 느낀 게 있다.
나는 누군가가 너무 쉽게 다가오는 것보다 조금 천천히 마음을 열고, 시간을 두고 서로 알아가는 쪽이 좋은 것 같다. 이상하게도 그런 과정이 답답하면서도 좋다. 상대가 쉽게 마음을 내주지 않는다고 해서 꼭 싫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사람이 가진 생각이나 살아온 방식,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 안에 든 사람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좋다. 물론 여기에도 선은 있다. 어렵게 가까워지는 것과 계속 애매한 관계로 남아 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예전에는 좋아하면 끝까지 해야 하는 줄 알았다. 좋아하니까 기다리고, 좋아하니까 내가 먼저 움직이고, 좋아하니까 조금 더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좋아하는 마음이 크다고 해서 내 생활까지 멈춰놓고 상대의 선택만 기다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상대에게 선택할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나에게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상대가 마음을 열고 다가오면 그때 나도 다시 그 사람을 선택하면 된다. 반대로 시간이 충분히 흘렀는데도 계속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나 역시 내 선택을 하면 된다. 그래서 요즘에는 포기와 접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포기는 어쩔 수 없어서 내려놓는 느낌이고, 접는 것은 내가 충분히 좋아했고, 충분히 시간을 줬지만 이제는 여기까지라고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좋아했던 마음까지 부정할 필요도 없고,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었다고 만들어야 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나는 여기까지 좋아했고, 여기까지 기다려봤다.” 하고 접으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전까지는 내 할 일을 한다. 일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고,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고, 조금씩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간다. 연락이 온다면 그때 더 당당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면 되고, 오지 않는다면 그동안 만들어놓은 내 삶을 가지고 그대로 살아가면 된다. 결국 연애도 서로가 서로를 선택하는 일인 것 같다. 한 사람이 계속 선택하고 한 사람이 계속 선택받는 관계가 아니라, 상대가 나를 선택하는 만큼 나도 그 사람을 다시 선택하는 것. 아직 연애는 잘 모르겠다. 다만 예전보다 하나는 조금 알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도 내 기준과 내 생활까지 잃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 연애는 아직 하수인데, 고찰만 자꾸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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