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공이라고 했더니 컴퓨터를 자꾸 맡긴다
2026-09-07 00:58:15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종종 하는 오해가 있다. “그럼 컴퓨터 잘 고치시겠네요?” 사실 컴퓨터공학과에서 컴퓨터 수리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건 아니다. 그런데 설명하기도 애매하고, 막상 고장 난 컴퓨터를 가져오면 또 할 수 있는 건 해주다 보니 하나둘 맡기기 시작했다. 컴퓨터가 느리다고 가져오고, 부팅이 안 된다고 가져오고, SSD를 바꿔달라고 하고, 포맷을 부탁하기도 한다. 그렇게 손님들 컴퓨터를 하나씩 봐주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계속 하고 있었다. 전공 때문에 오해를 받아 시작한 일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법 오래 해온 일이 됐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사업자를 내고 제대로 한번 해보려 한다. 사용하지 않는 전산장비를 수거하고, 상태를 확인하고, 쓸 수 있는 장비는 점검하고 정비한다. 필요한 경우 저장장치의 데이터를 삭제하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장비는 중고로 유통한다. 개인이나 사무실, 학교에서 사용하던 장비도 보고, 소량이라도 충북권에서는 가능한 범위에서 해보려고 한다. 이 일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하나 생겼다. 쓸 수 있는 장비는 다시 쓰게 하는 것. 나는 원래 물건을 쉽게 버리는 편이 아니다. 오래 쓴 물건에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정을 붙이기도 한다. 그래서 조금 낡았다는 이유만으로 버리기보다 다시 쓸 수 있는 물건이라면 손을 보고 다시 쓰게 하는 쪽이 좋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원래 하던 일에서 배운 것들도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풀어놓고 있다. 경매, 계약, 법원 실무, 사업하면서 겪은 일들처럼 현장에서 배운 것은 해피솔루션 홈페이지에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뭔가 처음부터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계획해서 온 길은 아니다. 컴공이라고 해서 컴퓨터를 맡기기 시작한 일도 그렇고, 하던 일에서 배운 것을 홈페이지에 올리기 시작한 것도 그렇다. 뭐 하나 제대로 이어지지 않은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예전에 해왔던 것들이 묘하게 다시 쓰이고 있다. 컴공이라고 오해받아 시작한 컴퓨터 수리가 결국 사업이 됐다. 오늘 아침에 들은 노래 하나 추천. Frank Sinatra — Fly Me to the Mo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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